글방/낭송시 7

가난한 이름에게

가난한 이름에게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쓸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에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 겨울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 중 특별하기론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 중 특별하기론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때문에 고독도 과해서..

글방/낭송시 2012.02.17

목마 와 숙녀

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.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[傷心]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[愛憎]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[孤立]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[燈臺]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..

글방/낭송시 2011.11.10

가슴에서 마음을 떼어놓을 수 있다면

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놓을 수 있다면 류시화 (시낭송:고은하) 누가 말했었다.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강에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, 그러면 고통도 그리움도 추억도 더 이상 없을것이라고. 꽃들은 왜 빨리 피었다 지는가. 흰 구름은 왜 빨리 모였다가 빨리 흩어져 가는가.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가 너무도 빨리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것들. 들꽃들은 왜 한적한 곳에서 그리도 빨리 피었다 지는것인가. 강물은 왜 작은 돌들 위로 물살져 흘러 내리고 마음은 왜 나자신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만 흘러가는가.

글방/낭송시 2011.08.26

다시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

다시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詩.강계현 (낭송:고은하) 잿빛 구름 덮고 있는 하늘은 내 마음 가득담고 있는 아픈 사랑의 무게만큼 무거워 보이고 저 먼 하늘 끝자락은 내 멍든 가슴 깊이만큼 아득히 멀기만 하네요 다시는 한 사람 때문에 아파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멈출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지네요 당신이 사람 마음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나쁜 사람이 아니란 것도 알아요 내 사랑이 너무 깊었나 봐요 어둠의 길을 걷고 있을 때 내 손을 잡아 주었기 때문이에요 오랜만에 먼 발치에서 당신을 봤어요 모른 척 하는게 눈물일 줄 몰랐어요 당신 가슴에 내가 없다는 것도 알았어요 사랑만 기억하고 이별의 아픔은 버리고 싶어요 아니 내 삶에서 당신과 함께 웃고 울었던 세월만 쏙 빼내어 잊고 싶어요.

글방/낭송시 2011.05.17

사랑의기도

사랑의 기도 / 토담 박두열 (낭송 고은하)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사랑 일지라도 서러워 말고 또바기 사랑으로 한 길로만 인도하여 새벽이슬 모은 가슴 더 많은 사랑 하늘가득 뿌리지 못한 부족함을 아침 햇살이 모르게 하소서 설령 우리 사랑이 잿빛 노을처럼 내일을 기약 할 수 없는 어둠이 기다릴 지라도 내 걸음은 당신께로 향해 당신과나 둘의 아픔을 하나로 묶어 누구도 풀지 못 할 매듭 한 살매 괴오는 마음으로 둘만의 사랑으로 만 잇게 하소서 그리하여 우리사랑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마다 영원히 마르지 않은 샘으로 솟아 다솜으로 의초롭게 살아가야 할 시간만큼 보다 더 많이 사랑이란 두 글자만 비나리로 새겨 두게 하소서

글방/낭송시 2011.02.24

매화꽃어머니

매화꽃 어머니 / 김정희 (낭송:고은하) 어머니! 봄바람 부는 언덕 홀로 선 매화나무 가지마다 연분홍 매화꽃이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. 매화꽃 한 송이씩 따서 어머니 분홍 치마저고리 끝동에 달아 드릴 수 있다면 한 겨울 매화나무 대신 언 땅에 서 있고 싶었습니다. 어머니 분홍 치마저고리에 한땀 한땀 매화꽃을 달아 드리던 날 무심한 봄바람에 매화나무 가지가 마르고 검은 소낙비에 매화꽃도 지고 말았습니다. 매화꽃이 모두 떨어지던 밤 꿈이련가 병들어 야위신 어머니에게 매화꽃 분홍 치마저고리 입혀드렸더니 "곱다 곱다" 하시며 이승의 마지막 손을 흔드셨습니다. 매화나무에 푸른 매실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시라 했건만 매화꽃 핀 꽃길 따라 먼 길 가고 싶다 하셨습니다. 끝까지 붙잡지 못함이 불효인 줄 아오나 어머니 머리..

글방/낭송시 2011.02.24