글방/낭송시

가난한 이름에게

금악(金岳) 2012. 2. 17. 15:00

가난한 이름에게

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 없이 살다 갑니다

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쓸모 없이 살다 갑니까

검은 벽에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

이가 시린 한 겨울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

이렇게들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

불신과 가난 그 중 특별하기론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

그 중 특별하기론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

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

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때문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 감고 입술을 대는 밤

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쓸모 없이 살다 갑니다.

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*작시:김남조 *낭송:서금옥 *김남조(金南祚, 1927 ~ 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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